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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디 이슈] 미각도 오롯한 감각이다-음식에 대한 두려움이 몰려올 때 대처하는 방법

Canon_SKai 2025. 4. 3. 19:23

우리는 삶의 만족감 또는 행복을 느끼고 싶을 때, 감각적인 활동을 합니다. 
 
좋은 음악을 듣거나(청각), 멋들어진 그림이나 푸른 하늘을 감상하거나(시각), 손 끝으로 그림을 그리거나 악기를 연주하거나(촉각), 좋아하는 향을 태우거나 맡고(후각), 맛있겠다고 생각한 음식을 먹죠 (미각).
 
정제되지 않은 감각(느껴지는 그 자체의 감각)은 나와 세상을 연결시켜, 자유로움과 흥미로움을 가져다줍니다. 감각에 대한 결론(좋다, 나쁘다)을 판단하지 않고 그 감각 신호 그 자체를 느끼는 거죠. 우리의 삶을 옥죄는 것은 감각 그 자체가 아닌 우리가 감각에 부여한 '이미지'입니다. 그냥 '소리'가 '소음'이 되거나, '음악'이 되는 것은 우리의 상황과 경험으로부터 비롯된 '이미지'가 감각에 덧대어진 것이니까요.
 
그래서 우리는 '휴식'을 하려할 때, 평소에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감각을 '재연'하기 위해 애씁니다. 사실 우리가 좋았던 것은 편안히 그 감각 자체를 느끼는 행위였음에도 불구하고 기억은 왜곡되어 '이것을 할 때 나는 좋았어', '저것을 할 때 싫었어'가 되어 버립니다. 나아가 우리는 삶에 치여갈수록 '이것'에 크게 집착하게 되죠.
 
집착이 강해질 때 우리는 강박을 얻습니다. '좋아하는 이것' 없이는 도저히 있을 수가 없죠. 자유로운 선택권(아무거나 느낄 권리)를 박탈당하고 '취미, 휴식'까지 의무감을 느끼게 되어 번아웃이 와버리죠. 지쳤습니다.
 
특히 우리는 복합적인 감각의 행위를 할 때, 더 큰 만족을 느낍니다. 홀리는 느낌이죠. 그림보다는 영상을 볼 때, 또는 단순히 영상을 보는 것보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볼 때 더 만족감을 느끼는 것처럼요. 그러나, 더 큰 만족을 위한 노력은 점점 우리를 만족스럽지 않은 삶으로 이끕니다. '아 이거까지 있었으면 더 좋았는데', '아 기분 안 좋다 얼른 집 가서 팝콘 먹으면서 영화 보고 싶어'와 같이, 현재를 받아들이지 않고, 상황이 끝날 때까지 다른 상상을 하며 버티는 삶에 가까워집니다. 더 높은 역치의 만족을 찾기 위해 허덕이는 삶이랄까요. 한국에서 가장 자극적인 콘텐츠 찾기 대회가 열리는 이유입니다 (마라탕, 오운완, 두바이 초콜릿 등). 실은 감각이 복잡해질수록 우리는 혼란스러워지고 좋은 느낌도 줄어들게 됩니다. 예를 들면, 시청각 활동을 할 때 우리는 2배로 즐거울 것 같지만, 실은 만족감이 청각 활동의 1.3 배 정도 되려나 모르겠습니다. 이런 쾌락의 소용돌이에서 회복해서 내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방법은 자신의 감각을 직접 Control 하는 느낌을 되찾는 것입니다.
 
다행인 점은 넷플릭스나 쇼츠(시청각)으로 지친 마음은 다시 그림(시각), 빗소리(청각), 등 단일의 감각에 주의를 기울여 선택하는 느낌과 세상과 적절한 거리를 회복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미각은 '배고픔'이라는 본능적 욕구와 연결되어 적절히 분리시키기가 쉽지 않습니다. 밥을 아예 끊어버릴 수도 없고, 이왕 맛있는 것을 먹을 거 더 큰 만족을 느끼면 좋으니까요. 저만 해도 늘 넷플릭스나 책을 보며 식사를 하다가 문득 '내가 영상을 안 보면서 밥을 먹을 수 있나? 영상 없이는 되게 지루해할 거 같은데 이거는 좀 이상한 걸?' 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생각해 보면 현대인의 삶에서 미각 행위에 집중할 일은 많지 않고, 매우 어렵습니다. 함께 소비할 콘텐츠도 많고 회식과 모임도 많으니까요. 사람들은 대부분 좋아하는 음식이 있지만 과연 몇 명정도가 음식을 편안한 마음으로 미각 그 자체를 즐기며 먹어봤을까요? 마치 여유있게 그림을 감상하는 것처럼요. 아마 매우 적은 비율일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음식은 저에게 만족감 향상제(Enhancer)로 사용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미 행복한 행위(넷플, 수다, 웹툰)에 더 큰 행복을 가져다 주는 용도로 음식을 항상 소비 하였으니까요. 이런 식이니, 팝콘이 없으면 영화를 못 보고, 영상이 없으면 밥을 못 먹던 이전의 삶이 이해가 갑니다. 더 큰 만족이 상상이 되는데 포기할 이유가 없잖아요?
 
그러나, 삶의 선택권과 자유로움을 회복하려면 호기심 많은 단일 감각을 느껴야 합니다. '무엇'을 먹어서 행복한 것이 아니라, 또는 '-를 하면서 먹는 것'이 행복한게 아니라, 그냥 '호오- 그렇군 이런 맛이군' 하며 감각을 체험하는 행동인 것이죠.
 
이런 단일 감각을 느끼지 않으면 먹는 행위는 여러 것들과 엮이기가 쉽습니다.
새로운 신념들의 탄생입니다.
'기름진 것을 먹는 건 만족스러운 일이야'
''배부르게 먹는 것'은 자기 조절을 못하는 사람인거야'
''좋아하는 사람과 먹는 것'은 행복한 일이야'
'영상을 보며 먹는 게 진짜 행복하지'
'아무것도 안 하고 먹는 것은 소중한 한 끼 시간을 날리는 일이야'
 
위 모든 것은 나의 '감각'이 아닌 나의 '인식'에서 태어난 것들입니다. 감각은 그냥 감각일 뿐이니까요. 전기신호죠.
만약 당신이 음식을 먹는 것이나, 식단 조절 같은 것들에 고통받고 있다면, 편안한 공간에서 '먹는 것'만 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먹다가 중간에 다른 생각들이 떠올라도 괜찮습니다. 그저 다시 음식에 집중하고, 다른 것을 동시에 하려다가도 다시 집중하면서요. 그러다 보면 내가 식사를 하는 모습이 편안하게 보이기 시작하고, 잘못 연결되어 있던 신념들이 서서히 분리될 수 있을 겁니다.
 
평소보다 많이 먹지 않았는데도, '이 정도면 됐다' 하는 마음이 올라오기도 하고, '음 난 이런 부분을 맛볼 때 좋아하는구나' 하며 스스로의 마음 챙김도 가능합니다.  음식과 나의 관계가 새롭게 정의되는 느낌이죠. 그러고 나면 생각보다 짠 것과 매운 것을 못 먹는 스스로를 발견하기도 합니다. 모든 섭식 행위가 일종의 탐험이 됩니다. 식이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작은일부터 시작하시는게 도움이 될 겁니다..
 
음식의 종류를 한정하기도 어렵고, 음식의 양을 매번 지켜서 먹는 것에도 어려움을 느끼고 계시다면, '밥을 느끼면서 먹기'를 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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