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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뷰] 구병모 '파과' 후기 (스포x) - 아름다운 문체의 소설을 찾는다면 매우 추천 본문

리뷰

[도서리뷰] 구병모 '파과' 후기 (스포x) - 아름다운 문체의 소설을 찾는다면 매우 추천

Canon_SKai 2022. 11. 30. 22:24

1. 장르

 소설, 노인, 공허, 파란만장, 인생, 암살

2. 별점

  • 스토리 [0.20] : ★★★★☆
  • 가독성 [0.35] : ★★★★☆
  • 완성도 [0.25] : ★★★★★
  • 표현방법 [0.20] : ★★★★★

  총점: 4.49 점   (4 ✕ 0.25) + (4 ✕ 0.35) + (5 ✕ 0.25) + (5 ✕ 0.20)

3. 후기

한 인생 건사하고자, 어릴 때부터 사람을 죽여온 60대 여성 암살자의 삶을 다룬 이야기이다.

 

60대 중년 여성이 할 수 있는 암살은 제한적이다. 험한 꼴 당하며 살아온 인생 속에 겨우겨우 인정받은 유일한 자아실현 방식이 흔들리게 된다. 아래서 치고 올라오는 젊은 청부업자들, 곁을 내어줄 사람 하나 만들지 못한 삶, 그녀를 둘러싼 여러 환경들 중 무엇하나 그녀의 편이 아닌 것 같다. 그 사이에 가뭄에 콩 나듯 다가오는 조그만 행복들, 그러나 우리 주인공이 그 행복을 미처 인지하지 못한 와중에 그 행복들은 그윽하게 변해간다. 

 

그녀는 자꾸 자꾸 무던해지려 노력한다. 모든 것이 아무것도 아니어야 하니까. 도무지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 속에서 정신을 놓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독자들에게는 그녀의 공허함과 절망감이 스며든다.

 

작가는 너무나 아름다운 표현으로 서사를 진행해 나간다. 섬세하고 정성스러운 문체 덕에 주인공을 둘러싼 분위기가 내 방의 공기마저 바꾸는 것만 같다. 어줍지 않은 멋으로 쓴 표현들이 아니기에, 서사 진행에 방해가 되지도 않는다. 적당한 표현의 양과 적당한 대사 적당한 내용들이 모든 씬들을 채우고 있다. 

 

나는 머릿속이 복잡해지거나, 삶이 만족스럽지 않은 순간, 소설을 읽고자 한다. 이 소설은 읽는 매 순간 나를 그들의 세계로 끌고 간다. 그래서 만족스럽니다. 요 근래 대부분의 책들은 깊이가 낮고 표면적인 즐거움으로 독자를 끌고 오려는 경향들이 있다. 그래서 온전히 빠지기가 어렵다. 다양한 책을 읽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래도 마음속에 남는 여운과 깊이는 책에 질에 따라 확실히 다르다.  

 

이 소설은 짜지도 달지도 않지만, 맛을 음미하게 만드는 향이 그득그득한 책이다. 어쩌면 '돈 버는 방법', '자기계발법' 등에 대한 책에서 벗어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또 다른 마음의 양식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지금 공허하다면, 무언가로 공허함을 채우기위해 부단히 노력하기보다는, 소설 속 그녀와 함께 공허함을 온전히 바라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다. 누구나 바라지 않는 감정인 만큼, 당황해서 도망치기보다는 잘 마주하고 천천히 지워내는 게 나의 삶에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그녀가 공허함을 다루는 방식은 답답해 보일 수도, 자신과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당신은 그녀를 이해해 줄 수 있다. 

 

이 소설은 명작이다. 이야기의 흐름이 취향이 아니더라도, 한 번 읽어볼 필요가 있는 책이다. 비싸고 값어치 있는 상품이 어떤 것인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4. 영감의 세구절

#지금이라도 모든 주어진 상실을 살아야 할 때.

#무엇을 하기로 생각하고 있다면, 설령 그것이 가벼운 인사일지라도, 언제나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 요즘 같아서는 더욱 그렇다.

#이 순간 그녀는 자신을 사로잡고 있는 것의 본질이 두려움인지 수치심인지 모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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